Representation

지문이 길이가 길수록 정보에 가중치를 부여하여 힘을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출제 측면에서 지문 내용의 대부분은 문제를 구성하는 요소이지만 상대적으로 중요한 정보와 그렇지 않은 것을 구별하면 인지 자원을 효율적으로 쓸 수 있다.

이 지문은 과학철학 주제에 해당하며,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다양한 개념 간 관계가 모두 등장한다. 서사의 대부분은 과학철학 측면이 강조되어 논증 관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 한편, 지문 속 중간에 여러 부분 관계가 산재되어 있다. 그런데 미토콘드리아의 구조, 세포의 분류 등등 대부분 고1 교육과정에 포함되는 내용이므로 출제자가 배경지식으로 간주해도 문제될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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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개체라고 부를 수 있는 조건은 무엇일까?

개념을 규정할 때 '조건'이란 일반적으로 필요조건을 지시한다. 어떤 것을 개체라 부를 수 있는 조건들을 모두 찾으면 그것은 정의의 맥락에서 필요충분 관계를 형성한다. 출제자는 1문단에서 개체의 필요충분 조건, 즉 정의를 찾고 싶어 한다. 그런데 쌍둥이 예시는 조건을 요건으로 볼 때의 반증 사례가 아니라 충분조건에 대한 반증에 해당한다. 즉, 출제자는 조건을 충분조건이라 간주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아래와 같은 표상을 보면 알 수 있다.

  • 유사성은 개체의 충분조건이 아니다.
  • 쌍둥이는 유사하지만 서로 동일한 개체는 아니다.

개체성이라는 개념을 규정하기 위해 대안으로 제시된 것은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이다. 이 조건이 유일하다면 그것은 곧 개체에 대한 정의가 된다. 1문단이 이러한 내용들로 구성되어 있다면 2문단은 또 다른 논의영역이 설정된다. 2문단은 1문단과 달리 어떤 대상을 구성하는 부분들에 대한 얘기가 아닌 상이한 시기의 두 대상에 관한 내용이다. 범주 측면에서 보자면 공시성과 통시성의 대비가 나타난다.

  • 공시성: 선후 관계가 고려되지 않는 특성을 가진다.
  • 통시성: 선후 관계가 고려되는 특성을 가진다.

3문단은 과학철학에서 잠시 벗어나 부분 관계에 대한 본격적인 논의가 시작된다. 앞서 세포는 원핵과 진핵으로 구분된다. 이 도메인은 1차 분류를 끝으로 간단한 속성이 제시되므로 정보 처리 측면에서 부담될 것이 거의 없다.

(작업 기억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미토콘드리아를 'MT'로 축약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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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생은 서로 다른 생명체가 함께 살아가는 것을 말한다.

공생에 대한 위와 같은 정의에 의거한다면 같은 개체라면 더 이상 공생이라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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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생발생설은 한동안 생물학계로부터 인정받지 못했다.

한편으로 '사실' 관점에서 ㉠을 분석하고 그 범주를 나누어 보면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 알려진 사실: MT의 기능과 구조, 그리고 생명체 간 내부 공생 사례
  • 밝혀진 사실(발견): MT 내부에 세포핵의 DNA와는 다른 DNA가 존재한다는 것, 단백질을 합성하는 자신만의 리보솜을 가지고 있는 것
  • 부각된 사실(조명): 공생발생설

설명을 알려진 사실(결과)에 대해 그 원인을 제시하는 것이다. MT의 구조적 특성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또한 새롭게 알아낸 것은 MT의 DNA와 리보솜에 관한 정보이다. 이로 인해 공생발생설이 부각되었다. DNA와 리보솜에 관한 정보는 이전에는 비존재의 맥락에 포함되었다가 새롭게 생성되었다면 공생발생설이라는 가설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 부각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변화만이 변화를 설명하므로 ㉠의 이유는 모르던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한편 MT가 박테리아의 한 종류였다는 근거는 다음과 같이 나열된다.

  1.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이분 분열을 통해서만 새로운 MT가 생성된다.
  2. MT의 막은 세포막의 단백질과는 다른 종류인 포린이 존재한다.
  3. 박테리아와 마찬가지로 카디오리핀이 존재한다.
  4. MT의 리보솜은 진핵세포의 리보솜보다 박테리아의 리보솜과 더 유사하다.

이 4가지 정보를 통해 출제자는 인과 관계를 약화시키는 단일 문제를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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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생명체가 서로 떨어져서 살 수 없더라도 각자의 개체성을 잃을 정도로 유기적 상호작용이 강하지 않다면 그 둘은 공생 관계에 있다고 보는데, MT와 진핵세포 간의 유기적 상호작용은 둘을 다른 개체로 볼 수 없을 만큼 마우 강하기 때문이다.

출제자는 생존 의존성이 있는 극단적인 예시를 제시했고, 이러한 경우라도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을 하나의 개체라 부르기 위한 조건으로 간주한다. 진술의 맥락을 고려할 때 이 조건은 하나의 개체라 부르기 위한 필요충분 조건으로 봐야 한다. 한편, 복제 의존성은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의 근거로 설정되었다. 이처럼 이 지문은 논증 관계에 대한 정보의 결합을 요구하기 때문에 상당히 까다로운 난이도를 자랑하고 있다.

Filtering

  • 37번 문항
    • ③: 개체성의 조건은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이며, 이는 복제의존성으로 판단할 수 있다.
    • ②: 범주 측면에서 예리한 부분을 묻고 있다. 이 지문에서 세포의 개념은 시간에 따라 변하지 않았다. 이 지문은 세포가 하나의 개체로 변화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 38번 문항
    • ④: 전형적인 방향성 뒤집기 트랩이다. 단백질은 세포질에서 MT의 막으로 향한다. "~에서 ~로"와 같은 구문은 방향성을 나타낸다.
  • 39번 문항
    • ⑤: 발견된 사실은 MT의 고유한 DNA가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 ②: 구문 측면에서 이중부정으로 구성된 것이 흥미롭다.
  • 40번 문항: 문제의 아이디어는 MT와 박테리아 간 유추, 즉 유사성을 기반으로 설정한다. 따라서 유사성에 대한 강화/약화를 판단하면 된다.
    • 이분 분열과 카디오리핀 증거는 ㄱ과 ㄹ을 강화한다.
    • 차이는 차이로만 설명되므로 ㄴ은 약화 증거이다.
    • ㄷ의 경우 수송 단백질의 존재만으로 강화/약화를 단정할 수 없다. 즉, 수송 단백질의 종류 증거가 필요하다.
  • 41번 문항: 상당히 어려운 문제이다. 우리는 생존 의존성, 복제 의존성,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이라는 세 범주를 갖고 있다. 이에 더해 '공생 장소' 범주 또한 제시되었다. 첫 번째 케이스는 생존 의존성과 복제 의존성이 모두 없다. 두 번째 케이스는 세포질 내부에서 벌어지는 내부 공생에 해당하며, 스스로 복제하는 박테리아이기에 복제 의존성은 없다. 마지막으로 항생제를 투입하면 모두 사멸하므로 생존 의존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기준은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의 여부이다. 그리고 그 판단기준은 복제 의존성이다. 달리 말해 생존 의존성 여부는 중요하지 않다. 복어든 아메바든 복제 의존성이 없으므로 강한 유기적 상호작용이 없다고 판단해야 한다. 따라서 제시된 두 가지 경우 모두 '하나의 개체'라 부를 수 없다. 요컨대 제시된 사례는 모두 공생 관계에 해당한다.
    • ①: 공생 관계이므로 세포 소기관으로 변한 것이라 볼 수 없다.